“야구는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느끼기 좋은 스포츠예요. ‘딱’ 하는 경쾌한 타격음, 거대한 함성을 통해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왔죠.”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라디오 야구 중계방송’에서 시각장애인 ‘야구광’ 김명석(41·부산 장우신용협동조합 전무·시각장애 1급)씨가 해설자 중 한 사람으로 위촉돼 마이크 앞에 앉는다. KBS 제3라디오 ‘사랑의 소리(AM 639㎑)’ 방송은 오는 17일 오후 6시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04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유수호 캐스터의 진행과 시각 장애인 3명의 해설로 시각 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김명석씨는 남다른 ‘야구사랑’으로 부산·경남 지역에 소문이 파다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99년 롯데·한화의 코리안시리즈 개막전에서 시구를 해, 프로야구 18년 사상 최초로 시구를 한 시각장애인이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76년도부터 고교·실업 야구에 빠져들었어요. 한마디로 밥 먹는 것보다 경기장이나 라디오를 통해 야구를 ‘듣는’ 것이 저에겐 더 중요했습니다.” 김씨는 어린 시절 KBS라디오 야구 중계를 듣던 도중 해설자가 던진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야구는 인생과 같다. 찬스는 평생에 한두 차례 오는데, 그것을 제대로 살리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결정된다’는 말이었죠. 여러 가지 삶의 고민이 많던 시절,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그는 83년 부산맹학교를 졸업한 뒤 상당수 시각장애인들이 선택하는 안마사의 길을 거부하고 맹인도서관을 여는가 하면, 장애인들이 만든 장우신용협동조합 책임을 맡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 왔다. 그런 그의 곁에는 항상 야구가 있었다.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는 점이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가령 축구의 경우, 경기력에 따라 90분 경기 가운에 한 팀이 공을 거의 독식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야구는 실력이 어떻든 양팀에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게 다르죠.” 김씨는 이번 중계의 해설을 맡은 것이 실은 “당황스럽다”고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토론은 많이 해봤지만 전파에 목소리를 싣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란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서 청취자들과 소통한다는 게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만한 보람도 없겠죠.” 조선일보 최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