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데이 2004-06-04 11:36] 이 남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1급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바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57·비례대표)이다. 주변에서는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정의원측은 "국회가 개원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기대해 봐라"고 장담하고 있다. 정의원이 이처럼 자신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남자가 사는 법'을 들어봤다. 정의원이 근무하는 의원회관 409호는 뭔가 특별하다. 다른 의원실에서 보이지 않는 점자출력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와 점자 프린터, 시각장애인들에게 노트북과 같은 역할의 '무지 점자기'가 있다. 점자 입출력을 담당하는 점역사 박성의씨도 눈에 들어온다. 정의원이 원활한 의정활동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모든 시설이 구비된 것이다. 정의원측은 "의원님이 숙지해야 할 자료는 점자 프린터로 출력해 항상 옆에 두고 읽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또 상임위 회의가 열리게 되면 녹음을 해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받아들이는 정보량에서 여느 의원들에게 뒤지지 않는 것이다. 사실 정의원의 등장은 국회 사무처와 행정부를 발칵 뒤집어 놨다. 당장 국회의원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류를 몽땅 점자로 해야 하는지 문의가 들어왔다. 정의원측은 "기본적인 회의록을 제외하고는 신경쓰지 말라"고 답했다. 웬만한 것은 사무실에서 자체 처리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맡을 정의원은 "모든 장애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국정활동의 제1 과제로 삼겠다. 장애인 차별금지·연금법·이동시설·중증장애인 자립생활 문제 등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원은 국회 입성 전까지 30여년간 부산시의원, 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 부산시각장애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장애인의 권익 향상에 힘써왔다. 강영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