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대학에서 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김모(31·언어장애)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그녀지만 가뜩이나 심각한 취업란에 장애인을 받아줄 회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년전부터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장애인이, 그것도 여성장애인이, 그것도 최고의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의 입장으로 일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모지에 오아시스를 찾는 일이라며 하소연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은 철저히 소외계층이다. 그들을 대하는 사회적인 의식이나, 복지 정책 역시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하는 판가름은 대체로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에 따라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인당 GMP는 선진국 수준이 되었지만 아직 그에 따르는 복지정책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애는 단지 '신체적 특징'일 뿐이다. 장애인을 소외된 처지로 몰아넣는 것은 바로 '환경'이다. 환경만 정비되면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도 더 이상은 장애인이 아니다." 바로 일본의 장애인 오케다케 히로타다가 <오체불만족>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그는 머리와 몸통뿐인 몸으로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방송국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일반학교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농구를 즐겼으며, 학생회장도 역임했다. 만일 그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어떠했을까. 불보듯 빤한 일이다. 머리와 몸통뿐인 아이를 받아줄 학교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혹시 마음이 너그러운 교장선생님이 있어서 받아준다고 해도 그 아이는 왕따나 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어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그 아이는 학급의 주체스런 존재가 되어있을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그런 이상한(?) 아이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일일 것이고, 나아가서 그 아이와 자기 아이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 아주 불쾌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풍토 속에서 그런 비정상적인 아이가 다른 정상적인 아이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제대로 자라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김씨는 말한다.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높은 어르신들은 공무원시험을 보라고 권유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이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건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끼워맞추식 억지에 불과하다. 공무원이 체질에 안맞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고. 몇 해전부터 각 사업장의 장애인 고용이 권장에서 의무화로 법개정이 이루어졌고 국가 보조금도 늘었지만 그야말로 이 제도는 말뿐인 제도이다. 무늬만 있고 알맹이는 텅빈 제도인 것이다. 우선 대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부터 이 제도를 지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생산직에만 극한되어 있을 뿐, 사무직이나 전문직은 아예 해당조차 되지 않는다. 또,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그 역할을 완전히 소화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구인 범위가 일용직에 한정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저학력자이고, 그러므로 대졸이상의 전문인력을 원하는 회사들은 아예 구인신청을 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벌칙금을 물어가면서까지 그 자리를 정상인들로 채우려 애쓴다. 그러나 우리보다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정숙(삼성생명 사회정신건강 연구소) 연구원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일본에서 장애인 고용정책은 1981년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와 장애인을 위한 10개년 계획(1983∼1992)을 계기로 본격화되었고, 98년 9월에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제정된 고용률은 민간기업이나, 국가, 지방공공단체는 일정비율 이상의 신체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고용되어진 정신박약자에 대해서도 신체장애인과 동일한 고용비율로 계산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실고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다행히 일반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실고용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법정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은 게 일본의 현실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저조한 고용률을 높이는 방침의 하나로서 91년부터 3년간을 계획기간으로 설정해 두고, 고용률이 낮은 기업에 대해 고용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그 계획에 따른 지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만약 그 기간동안에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회사명을 공표하는 등의 엄격한 특별지도도 함께 실시해 왔다. 또한, 고용률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여 공표된 기업이외의 대기업에 대해서도 노동성이 각 기업의 사장이나 간부 등을 직접 지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일본은「특례자회사제도」라는 걸 제정해 장애인 고용비율이 전 종업원의 20%를 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정부는 장애인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장애인 정책의 기본이념은, 먼저 「정상화」를 들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화란 「장애인을 특수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보통사람들이 생활하는 환경 속에서 비장애인 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무엇보다도 장애가 있는 사람의 적성이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고용의 장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궁극적인 이념인 것이다. 고용된 장애인들의 적성과 능력, 특히 장애상태에 따른 세심한 배려가 없는 직장배치 등은 단순한 숫자 채우기에 가까운 고용제도이다. 고용률 달성을 위해 장애인들의 인권마저 무시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독도영토권 분쟁문제로 반일감정이 팽배해 있는 시점이지만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는 배타적인 사고방식보다는 본받아야 할 점은 본받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사회의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들에 대한 편견, 즉, 더럽고 가난하다, 무식하다. 불쌍하다, 생활력이 없다. 등등의 편견이 장애인을 더욱 더 장애인으로 낙오시키지는 않았는지. 그들 역시 우리사회의 구성원인데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당연히 행사해야할 권리를 박탈하지나 않았는지. 끝으로, 사회의 관심과 배려에 따라 장애인이 정말 장애인으로 낙오될 수도 있고, 정상인으로 거듭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들에게 인내와 체념만을 요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