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로봇기술은 우리나라가 일본 앞서” “죠셉! 나를 일으켜준 다음에 아침상 좀 차려줄래, 죠셉! 외출할 테니까 옷 좀 갖다 줘!” 이쯤 되면 혹자는 유럽의 한 귀부인의 외출직전의 모습을 연상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의 죠셉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애완견일까? 그러나 아무리 똑똑한 개라도 아침상을 차려주거나 옷을 갖다주는 애완견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죠셉은 로봇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능형 주거공간에 거주하는 인간친화형 서비스로봇이다. 지난 2월 23일 KAIST 태울 관에서는 죠셉(KHR2)과 사촌지간인 휴먼로봇 '휴보(KHR3)'의 공개시연회가 열렸다. 일반적인 로봇형태의 휴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태극권을 하는 모습을 선보여 더욱 관람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불구, 휴보개발자 KAIST 오준호 교수는 “휴보는 아직 계단도 제대로 오르내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죠셉 역시 KAIST 로봇공학자들이 만든 로봇이다. 그런데 똑같은 KAIST 로봇센터에서 만든 휴보가 아직 계단도 혼자 힘으로 못 오르는 데, 죠셉은 어떻게 사람까지 돌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한 의문은 간단하게 풀릴 수 있다. 죠셉은 휴보와 같은 일반형태의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죠셉은 완전한 자기 모습조차도 없으며 지능형 주거공간에서 장애인들을 위해서만 살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 죠셉은 바로 장애인 특히, 척추를 다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로봇인 것이다. KAIST내 인간친화 복지 로봇시스템 연구센터의 전임연구원 정우진 공학박사(31)가 이 죠셉 탄생의 핵심적인 산파 역할을 맡고 있다. 젊은 로봇공학자 정 연구원은 “죠셉은 지능형 침대로봇, 대형 TV,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이동로봇, 지능형 휠체어로봇 등 5개의 부분으로 구성됐으며 관리제어시스템으로 모든 동작이 이뤄지는 장애인서비스로봇시스템이다”고 소개했다. 죠셉 박사의 이름을 딴 장애인용 로봇 개발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교통사고로 척추를 못쓰게 된다면 얼마나 불편하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금방 대답할 비장애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장애인은 정확히 장애인의 불편함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척추마비 장애인들의 생활은 정상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럽다. 자신의 힘으로 누웠다 앉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침식사를 차려먹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죠셉이 탄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죠셉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해 설계된 서비스로봇으로 지능형 주거공간과 일심동체다. 지능형 주거공간에서 장애인이 침대에 누워 죠셉, 일으켜 줘! 하고 말하면 앞의 스크린이 음성을 알아듣고 침대를 일으켜 세운다. 식탁을 차려줘! 라고 말하면 스크린 밑의 식탁이 자동으로 알아서 환자 앞으로 나온다. 외출하려고 죠셉을 부르면 침대 옆의 기다란 로봇 팔이 옷걸이를 환자에게 갖다준다. 그리고 이동로봇이 환자를 태우고 나가면 죠셉의 임무는 끝난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죠셉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죠셉은 관리시스템 상에 음성으로 프로그램된 가상의 로봇이름일뿐이다. 왜 많은 한글로 된 이름가운데 죠셉으로 지었냐는 질문에 정 연구원은 “산업용 로봇개발의 선구자 죠셉 엥겔버그 박사가 우리 센터에 찾아와서 이 죠셉개발에 대해서 조언을 해줬다”며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죠셉 박사가 카이스트를 찾은 이유는 로봇개발의 최고 책임자이자 인간친화 복지 로봇시스템 연구센터소장인 변증남 교수가 장애인 분야의 로봇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서 로봇분야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죠셉 엥겔버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변증남 소장은 ‘90년대 초에 시각장애인 한글수화시스템을 만든 이후 재활로봇,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도견로봇 등을 만들면서 장애인을 위한 로봇개발의 선구자 대접을 받고 있다. 카이스트내에 인간친화로봇연구센터가 생긴 배경도 그의 노력이 크다. 정우진 전임연구원이 변 소장 휘하에서 연구를 하게 된 것도 장애인을 위한 로봇개발의 열정이 통했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대구의 친한 친구가 가업을 이어받아 장애인용 의료 기기 제작회사를 지금 경영하고 있다. 옛날부터 그와 함께 장애인용 로봇 등을 만들 계획을 꿈꿔왔다.”면서 “그래서 과기대 졸업할 때, 마침 변 교수님이 장애인용 로봇개발을 시작했는데 나는 주저 없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장애인용 로봇기술은 우리나라가 일본 앞서 세계에서 로봇을 제일 많이 설치운영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로봇에 대한 수용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에 대해 “일본사람들의 국민적 정서가 기술을 중시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수용태세가 잘 돼있는 측면도 있지만 국가적으로도 이런 국민적 요구에 발맞춰 오랫동안 조직적인 연구투자를 잘 진행해왔기 때문이다.”고 평가한다. 그러한 국가적 노력 하에 만들어진 로봇이 바로 ‘아시모’다. 아시모는 우리 나라의 휴보에 비해 더욱 진보된 형태의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죽을 필요는 없다. 그 이유는 장애인을 위한 로봇기술은 우리나라가 앞서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동경대에 연구원으로 파견된 적이 있는 정 연구원은 “일본 동경대에서 봤지만 장애인용 복지로봇기술은 분명히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 있다. 21세기 들어서 국내의 로봇기술이 발전하면서 5년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로봇기술에 관해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며 “그런데 일본은 개별적인 시스템의 상용화에 앞서있어 우리나라도 빨리 로봇기술의 상용화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즉, 일본은 장애인용 복지 로봇기술의 개별부위는 발전해있지만 전체 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력에서 우리나라에 훨씬 뒤져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로봇의 상용화에는 앞서서 이미 일본에서는 장애인용 이동로봇이나 로봇팔 등이 장애인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이는 장애인용 복지 로봇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국립재활원, 연세의료원 등에서 장애인들에 관한 자료를 얻어 로봇설계에 응용한다는 정 연구원은 실제 평가시연에도 이들을 초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이 장애인분들이 우리가 제작한 지능형 주거공간에서 스스로 생활하는 것을 보면 기쁘기 그지없다.”며 “하지만 그 분들이 값은 얼마이며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는 지 물어볼 때, 답답하지 그지없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능형 주거공간의 가격은 비싸며 상용화시기도 불분명하다는 것이 정우진 연구원의 대답. 이에 따라서 그는 “설사 상용화가 앞당겨진다고 해도 장애인들이 이 제품을 구입해서 쓰기에는 초기에 매우 고가다”며 “우리 센터는 앞으로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큰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장애인용 복지 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 때쯤 되면 죠셉의 기능도 지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죠셉이 지금 갖고 있는 한계중의 하나가 장애인들이 정확히 명령을 내릴 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스크린에다 소리를 지르면 되지만 이는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매우 어색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 연구원은 “향후 1~2년후에 죠셉은 명령을 받아 이해할 수 있는 이동로봇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며 “이 로봇은 기쁨, 슬픔 등 사용자의 감정까지 이해하는 로봇으로 설계될 것이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이언스타임즈 조행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