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443년 세종대왕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우리말, 우리 글 훈민정음을 만든 업적을 기리는 한글날이다. 한글로 인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은 국가가 됐고 21세기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그늘에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계층이 있다. 한국은 시각장애인의 인권 사각지대?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최근 문광이 국감에 제출한 ‘장애인 도서관서비스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새삼 생각하게 된다. 한국이 정보통신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장애인들의 독서환경은 아날로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지원 현재 우리나라 점자도서관은 모두 34개소(문화관광부 등록 23개관, 보건복지수 산하 6관, 미등록5관)에 불과한 데 모두 개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어 대부분 공공문고보다 못한 수준을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문광부가 지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사이버점자도서관 시스템 구축 등의 명목으로 전국 점자도서관에 지원한 금액은 모두 37억원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점자 도서관의 도서 제작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제작된 책의 내용도 문학에만 90%정도로 편중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장서개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시설면에서도 20평이라는 시설기준이 말해 주듯이 문고형 도서관만 양산시켜놓은 상태다. 또 전산화돼 있지 않은 도서관이 많고 분류체계도 달라 이용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장애인들 도서관에 갈 수도 없고 책 사볼 수도 없어 사정은 공공도서관의 장애인열람실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해 동안 17개의 공공도서관이 장애인열람실을 설치했으나 10개의 도서관이 장애인 열람실을 폐지했다. 도서관과 운영상의 인력 부족과 이용자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였다. 시각 장애인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사보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일본이나 스웨덴에서 장애인들은 국가보조금을 받아 점자도서를 일반도서와 같은 값으로 구입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에 대한 국가지원이 인색하다보니 일반도서 값의 5배 이상 지불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해외사례 본받아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가들도 민간차원이 아닌 국가가 나서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 챙기기 때문에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더욱이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나 심지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오래 전부터 국립점자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국가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78년 시각장애인 및 신체장애인을 위한 ‘국립도서관 서비스’(NLS)가 설립돼 NLS를 주축으로 도서관 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예산은 매년 의회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NLS 아래 ‘중앙관리센터’ 2곳, 지역도서관 57곳, 부 지역도서관 81곳, 기기대출기관 등을 거느리고 미국 전역의 도서관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80년 맹인협회가 운영해 오던 시각장애인도서관을 국가가 맡아서 ‘국립녹음점자도서관’(TPB)을 설립했다. 전체 예산의 97%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각장애인과 독서장애인들이 학습 및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디지털 토킹 북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도서를 구입할 때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일반도서와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일반서점에서도 점자도서 구입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현재 100여개의 점자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운영주체는 공립,법인 등 다양하지만 교양, 오락, 학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장서 7,000권의 도서를 비치하고 매년 신간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는 설치규정이 있다. 공공도서관의 이용자를 보더라도 시각 장애자가 일반 성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용자로 집계되고 있다. CBS사회부 양승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