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전 위협하는 '점자블록'
이재호 (ibanez8166@kfm.co.kr) ㅣ 기사전송 : 2011.03.22 (22:09:10) 최종수정 : 2011.03.23 (08:20:06)
시각장애인 안전 위협하는 '점자블록'마구잡이 설치는 물론 각종 장애물로 무용지물
[앵커]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인도 가운데 황색으로 칠한 '점자 블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자블록이 마구잡이로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장애물이 널려 있어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재호 기자?
[기자] 네.
[앵커] 시각장애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 설치에 문제가 많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저는 어제 수원시 세류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신 모씨 등과 실제로 수원 시내 점자 블록을 걸어봤습니다.
먼저 시각장애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중교통시설인 지하철을 이용해보기위해 수원역 인근 매산지구대에서 수원역을 향해 걸었는데요.
신 씨는 100미터도 채 가기전에 점자블록 위를 점거하고 있는 매표소에 부딛히고 말았습니다.
신씨의 말입니다.(인터뷰) "지팡이만 걸리면 다행인데 이렇게 있으면 차가 서있는지 모가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이렇게 따라오다가 부딪칠 수도 있는거고..."
수원역사가 새로 지어지면서 매표소의 위치가 옮겨졌지만 점자블록은 그대로 방치된 건데요. 매표소 상인의 말을 들어보시죠.(인터뷰) "이게 저쪽 박스옆에 있던건데 이쪽길을 만들면서 옮기게 된거죠."
도움을 받아 매표소를 지나 계속해서 걸어가봤습니다. 점자블록을 따라가자 이번에는 점자블록이 횡단보도도 없는 차도로 신씨를 안내했습니다.
위험 천만한 상황이었는데요. 실제로 보호자가 없이 이 블록만을 따라갔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횡단보도 쪽으로 다가서자 이번에는 점자블록 위에 멋대로 설치된 차량 진입 방지 기둥이 신씨의 통행을 가로 막았습니다.
무릎 정도의 높이의 석재 기둥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날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이 차량 진입 방지 기둥을 '무릎지뢰'라고 부를 정도로 통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시각장애인 김 모씹니다.(인터뷰) "멋모르고 가다보면 자주 부딪치거든요. 대리석으로 만들어둔건 너무 아프거든요. 부딪쳐도 안아픈 재질로 개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토해양부의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차량 진입 방지 기둥은 보행자 등의 충돌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격 흡수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횡단보도 등에 설치된 차량 진입 방지 기둥은 대부분 무릎높이의 석재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수원시 세류역 앞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방지 기둥은 충격 흡수가 가능한 재질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둥 윗쪽이 뜯겨져 나가있는 등 관리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또 점자블록 위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쓰레기라던지, 인도위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도 시각장애인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앵커] 지자체들이 예산을 들여 설치한 점자블록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개선의 여지는 없습니까?
[기자] 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안정성을 고려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입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이에 대한 이해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장애인단체에서는 인식 개선없이 재설치 등의 조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인데요. 장애인들의 의견수렴 없이 설치에만 급급하다 보니 주먹구구식의 설치가 이어져 결국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입니다.
지금 당장 점자블록의 개선이나 차량 진입 방지 기둥의 철거 등은 예산이나 행정력 부족으로 어려운것은 사실입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특성에 대한 이해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한 점자블록 등에 예산을 쏟아붇는 것 보다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장애인들의 보행 위협을 없애주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이재호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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